최고의 술과 자동차의 만남

그래도 음주운전은 범죄입니다!

자동차와 술

자동차 그리고 술. 이 두가지는 정말 여러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자동차 문화에는 수집, 튜닝, 트랙 주행, 오프로드, 레이싱 관람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술 관련 문화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주종과 산지, 등급, 소비나 수집 행태에 따라서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가진 큰 공통점 중 하나는 굉장히 오래되거나 수량이 적은 제품들은 말도 안되게 비싸다는 점이다. 그래서 굉장히 돈이 많은 수집가들은 이 두 가지를 다 모으는 경우가 많다.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취미차원에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 두가지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The Most Expensive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은 딱 2병만 제작된 다말피 리몬첼로 슈프림 D’Amalfi Limoncello Supreme로 ‘정가’가 2천7백만 파운드 (한화 약 450억원)이다.
D’Amalfi Limoncello Supreme. ©

D’Amalfi Limoncello Supreme. ©

얼마 전 공개 된 가장 비싼 자동차인 롤스로이스 라로제 느와르 드롭테일 La Rose Noire Droptail 이 미화 3천만 달러 (한화 약 380억)이니, 각각의 최고가 측면에서도 비슷(?) 하다고 볼 수 있겠다.
La Rose Noire Droptail. ©Rolls-Royce

La Rose Noire Droptail. ©Rolls-Royce

럭셔리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표적 시장과 목표 고객군에서 교집합이 갖는 경제적 규모가 어마어마하기에, 양쪽의 협업은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두 가지가 잘못 조합되면 갑자기 음주운전 이라는 범죄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F1 경기에서의 무알콜 하이네켄 광고.

F1 경기에서의 무알콜 하이네켄 광고.

조니워커나 하이네켄 처럼 F1 등의 레이싱 자체와 스폰서쉽을 맺는 경우도 있고, 잭다니엘과 맥라렌처럼 특정 레이싱 팀과 스폰서쉽을 맺는 경우도 있다.
2023년 맥라렌의 F1 머신 MCL60에 추가된 잭 다니엘스 로고.  ©Jack Daniel's

2023년 맥라렌의 F1 머신 MCL60에 추가된 잭 다니엘스 로고. ©Jack Daniel's

그리고 맥켈란과 벤틀리, 보모어와 애스턴마틴처럼 파트너쉽을 맺고 한정판 주류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콜렉션은 가격도 엄청나고 수요도 마찬가지.

The Macallan Horizon

2021년 최고의 두 브랜드인 맥켈란과 벤틀리가 공식적으로 파트너쉽을 맺었다. 그리고 2022년에 첫번째 협업 제품으로 '맥켈란 호라이즌' 이라는 위스키를 티저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The Macallan Horizon. ©Macallan

The Macallan Horizon. ©Macallan

The Macallan Horizon. ©Macallan

The Macallan Horizon. ©Macallan

The Macallan Estate 앞의 벤틀리 차량들. ©Macallan

The Macallan Estate 앞의 벤틀리 차량들. ©Macallan

'호라이즌'이라는 이름처럼, 위스키 역사상 최초로 옆으로 눕혀 놓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끝없는 발전과 한계에 도전하는 맥켈란과 벤틀리의 이미지를 함께 담았다고 한다. 나선형의 유려한 곡선은 The Macallan Estate 라 불리는 최신 증류소를, 그리고 뚜껑의 디자인은 벤틀리의 헤드라이트와 업숄더리를 연상케 한다.
The Macallan Horizon ©Macallan

The Macallan Horizon ©Macallan

친환경적인 컨셉도 담아서 유리병 코어를 나선형으로 둘렀고, 커버는 벤틀리의 생산라인에서 나온 알루미늄, 그리고 맥켈란 증류기에서 재활용한 구리, 양사의 재활용 목재 등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낮고 넓은 유려한 곡선을 가진 벤틀리의 최신 증류소 겸 비지팅 센터. 이를 설계한 로저스 스터크 하버 + 파트너스는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차드 로저스가 설립한 회사이고, 여의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파크원 빌딩을 설계한 회사이기도 하다. ©Mark Power

낮고 넓은 유려한 곡선을 가진 벤틀리의 최신 증류소 겸 비지팅 센터. 이를 설계한 로저스 스터크 하버 + 파트너스는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차드 로저스가 설립한 회사이고, 여의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파크원 빌딩을 설계한 회사이기도 하다. ©Mark Power

2023년 8월 22일 판매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발매 소식은 확인되지 않는다.

Bowmore ARC-52

고가의 위스키 브랜드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보모어Bowmore는 1779년에 창립되어 2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스카치 위스키 양조장에서 태어난 브랜드이다. 2020년부터 영국의 애스턴 마틴과 파트너쉽을 맺고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판매되고 있는 애스턴마틴 에디션 위스키들. ©Bowmore

일반 판매되고 있는 애스턴마틴 에디션 위스키들. ©Bowmore

지난 2023년 5월 소더비 경매에서 한화 약 3억 6천만원에 낙찰된 ARC-52 모쿠메 에디션은 역대급의 디자인을 자랑한다.
ARC-52 Mokume Edition 1of1. ©Bowmore

ARC-52 Mokume Edition 1of1. ©Bowmore

이 아름다운 디캔터는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클라우드게이트를 연상시키는 아랫부분과 신비로운 물결 무늬를 가지고 있는 상단 커버로 이루어져 있다. 아랫부분은 자연, 윗부분은 인공을 표현해서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담았다고 한다. 디자이너는 다름아닌 애니쉬 카퓨어.
애니쉬 카퓨어의 클라우드 게이트.

애니쉬 카퓨어의 클라우드 게이트.

미화 75,000달러 (한화 약 1억원)에 발매된 일반판(이라 부르지만 2022년 50개, 2023년 50개 한정)이 평범한 알루미늄 커버를 가지고 있기에, 모쿠메 에디션의 커버 값만 2억이 넘는다고 봐도 될 듯 하다.
1억원짜리 ARC-52 100개 한정 에디션. 클라우드 게이트와 더 닮아있다. ©Bowmore

1억원짜리 ARC-52 100개 한정 에디션. 클라우드 게이트와 더 닮아있다. ©Bowmore

보모어 양조장근처 검은 바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커버는 검은 물이 물결치는 듯한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고 있다. 애스턴마틴의 고급 스포츠카와 포뮬러1에 사용하는 탄소 필라멘트를 모쿠네가메木目金 가공 기법을 이용해 만들었다.
모쿠메 에디션의 무늬. ©Bowmore

모쿠메 에디션의 무늬. ©Bowmore

모쿠메가네는 여러가지 금속을 층층이 쌓아서 나무결 무늬 합금을 만드는 공법이다. 17세기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이 공법은, 기존에는 무기로 많이 사용되던 일본도가 점점 장식용, 혹은 계급의 상징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1877년경 티파니앤코에서 처음 시도되었다.
철제를 겹쳐서 무늬를 만들어내는 다마스커스 스틸과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사용되는 금속에 따라 구별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스틸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면 다마스커스이고, 아연, 티타늄, 황동, 구리 등 기타 금속을 섞어서 쓰면 모쿠메가네이다. 참고로 다마스커스는 모쿠메가네보다 1,000년 전부터 사용된 공법이다.
에디터가 10년 째 사용중인 슌 클래식 쉐프 나이프. 다마스커스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인데,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복잡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

에디터가 10년 째 사용중인 슌 클래식 쉐프 나이프. 다마스커스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인데,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복잡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

Black Bowmore x Aston Martin DB5 1964

2019년 발매된 보모어 블랙 1964년산은 엔진 피스톤을 연상시키는 병 하단부를 가지고 있다. 1964년은 보모어와 애스턴마틴 둘에게 매우 역사적인 해였다. 바로 1964년 007 골드핑거에서 제임스 본드가 64년식 DB5를 타고 등장했고,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라는 별명이 붙었다.
블랙 보모어 DB5 1964. ©Bowmore

블랙 보모어 DB5 1964. ©Bowmore

그리고 보모어는 1964년 스팀을 이용한 새로운 증류 방식을 도입하고 월넛 쉐리에 보관을 해서 스페셜한 블랙 컬러의 원액이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담고 25병만 한정 발매된 이 에디션은 역시나 한화 약 1억원에 판매되었다.
블랙 보모어 DB5 1964 의 패키징. 흔히 007가방이라 불리는 서류가방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Bowmore

블랙 보모어 DB5 1964 의 패키징. 흔히 007가방이라 불리는 서류가방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Bowmore

자동차, 술, 그리고 예술

애스턴마틴의 행사에서 ARC 52를 시음할 기회를 얻었던 기어패트롤의 윌 세이블 코트니 에디터는 이 위스키를 망고맛 스타버스트(미국의 새콤달콤)에 비유했다. 한잔에 500만원짜리 술을 고작 캔디에 비교한다고?
ARC 52 시음행사에서 피펫으로 서빙하는 모습. ©Bowmore

ARC 52 시음행사에서 피펫으로 서빙하는 모습. ©Bowmore

하지만 뒤에 덧붙인 한마디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냥 망고 스타버스트가 아닌 꼬맹이시절,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타버스트를 먹었을때의 충격과 감동이었다고. 아마 그 꼬맹이에게는 자신에게 허락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술과 자동차의 만남은 취미의 영역에서 벗어나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에디터에게 애스턴마틴 한대와 보모어 애스턴마틴 에디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잠시의 고민도 없이 보모어를 선택 할 듯 싶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테이스트는,

자동차와 관련한 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를 트라이브 이용자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기획, 제작되었습니다.
글 : yunsik@thetrive.com
표지 사진 : ARC 52 Mokume ©Bowmore